딜레마의 뿔
The Horns of a Dilemma
2007.04.27.(Fri) ─ 2007.05.31.(Thu)

미술인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그들은 진정 무엇을 위해 미술이라는 것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들과는 다른 자유인의 생을 지닌 그들에 대한 동경일 수도 있겠고, 한편으론 그들의 생활은 어떻게 유지되는가에 대한 의구심일 수도 있을 것이다.

법대를 나왔다고 해서 다 법조인이 되는 것이 아니고, 의대를 나왔다고 해서 다 의사가 되는 것은 아니어도, 학과 공부나 사회적 유대관계를 통해 살아가는 방법을 일정 정도 습득한 사람들은 어찌되었건 세상을 헤쳐 가는 능력을 갖추기 마련이다. 물론 크고 작은 갈등의 속내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상대적으로 예술의 길-미술이든, 연극이든, 춤이든 간에-을 택한 사람들이 조직에 얽매이지 못하거나 일상적 가치관과 일치하지 못하는 방랑자적 기질은 타인이나 사회와 관계 맺음을 어렵게 만들곤 한다. 미술인의 길을 가는 사람들은 이상(理想)이 너무 높은 것일까, 아니면 천성적으로 타협하지 못하는 근성이 있어서 일까. 세상 언저리에서 맴도는 이 미술인들은 주위 사람들이 보기에도 걱정스럽기만 하다.

하물며 그 당사자들의 고민은 오죽하랴. 예술을 통해, 미술을 통해 자신을 이야기하고 삶을 논하고 더욱 원대하게는 예술가의 반열에 이름 새겨질 미래를 꿈꾸는 이 희망생들에게 예술도 이미 돈이 되어버린 당장의 현실은 외면할 수 없는 고삐인 것을. 여기에서 딜레마의 한 예를 만들어보자.

1. 당신이 예술가의 길을 택한다는 것은 거리의 노숙인이 되는 것조차 감수함을 뜻한다.
2. 당신이 생활인의 길을 택한다는 것은 유아 미술교실의 선생님이 될 수도 있음을 뜻한다.

일민미술관이 마련하는 <딜레마의 뿔>전은 양자택일이 오히려 일상이 된 상황에서 미술인 6명이 미술에 입문하던 어린 시절의 상장부터 중, 고교 입시를 거쳐 미술대학을 다니며 고민하던 흔적들, 그리고 미술과 생활에 얽힌 다양한 자료들과 작업들을 들여다보는 전시이다. 작가로서의 개인적 욕망과 성취뿐 아니라 우리시대 미술문화에 대한 희망과 좌절도 동시에 볼 수 있는 전시이기도 하다.
이 딜레마의 뿔에 받히든, 뿔을 쥐어 감싸든, 뿔을 송두리 채 뽑아버리든, 이제, 당신의 몫이다.

김태령 / 일민미술관 디렉터

참여작가
김월식, 류현미, 박미나와 Sasa[44], 배인석, 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