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의 말> 홍승혜

《IMA Picks 2021》 작가 홍승혜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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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무대에 관하여 On Stage>를 연습장 삼아 이루어지는 공연 <연습 Exercise>은, 무대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퍼포머들과 초보 연출가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역할놀이(role-playing) 퍼포먼스다. ‘연습’이라는 주문은 이들 모두를 실패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게 이끈다. 허효선, 이미미, 정인화, 신서, 김세욱, 5인의 퍼포머는 자신의 내면적 특질을 담고 있는 ‘예술가’, ‘공주’, ‘성우’, ‘연인’, ‘관객’으로 분해 미술관이라는 비일상적인 장소에서 각자의 일상을 연극적으로 재현한다.

퍼포머의 말_

‘예술가’는 작품과 작품, 작품과 관객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며 전시를 점검한다. 움직이는 신체의 속도와 리듬을 통해 보이지 않던 새로운 공간의 존재가 드러난다.
‘공주’란 한 집안에서 사랑 받는 귀엽고 철없는 막내딸 같은 존재다.
‘성우’는 자신의 모습을 본뜬 무표정한 가면을 통해 음성만으로 상대를 마주하는 자신의 정체성, 즉 페르소나를 시각화한다.
‘연인’은 기다림을 기꺼이 수행하는 사람이다. 여기엔 인내와 용기, 그리고 운이 필요하다.
‘관객’이란 자신이 본 것을 보고, 믿고, 그것으로 자신이 뭔가를 하는 능력이 있음을 긍정하는 존재다.(자크 랑시에르, <해방된 관객 Le Spectateur Emancipe>에서 인용)

작가는 공연을 활성화하기 위해 2층 전시장 벽체와 바닥에 악보(musical score), 무보(dance score)를 그려 넣고, 객석을 형성하는 벤치와 스툴을 제작한다. 작가 자신의 영상 공연, 그리고 김지예, 박성민, 유정민, 이동훈, 조각가 4인의 조각 공연 <드라마 키즈 Drama Kids>가 열리는 원형무대에서는 쉼 없이 사운드가 흘러나온다. ‘움직이는 조각’으로서의 5인의 퍼포머들은 이 모든 시청각적 장치에 반응해 무대와 객석을 넘나들다가 전시장의 일부가 된다.

퍼포머들의 행보에 의해 무대 안과 바깥의 경계가 무너지면 전시장 전체가 무대로 변한다. 그곳을 거니는 우리 모두가 결국 관객이자 배우이다. ‘관객의 해방’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산자와 향유자, 능동과 수동의 미학적 전복. ‘삶의 무대’라는 표현이 있다. 삶의 크고 작은 이벤트가 일어나는 장소는 언제나 ‘무대’라 칭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의 역할을 돌아보며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흐리고, 일상적 사건이 예술적 사건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퍼포먼스 <Exercise>, 그리고 이번 전시 <On Stage>가 ‘무대 위에서’, ‘무대에 관하여’ 사색할 수 있는 기회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