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민미술관 역자후기 Translator’s Note 14 – 빌렘 플루서, 『몸짓들: 현상학 시론』
2018.05.18.(Fri) ─ 2018.08.12.(Sun)
Exhibition Hall 3

동시대 미술 담론을 구성하는 서적의 번역자들을 초청하여 직접 주해를 들어보는 ‘역자후기Translator’s Note’의 열네 번째 시간에는 빌렘 플루서의 『몸짓들: 현상학 시론』(김남시 감수, 워크룸프레스, 2018)을 번역한 안규철 선생님을 초대합니다.
이 책은 체코슬로바키아 출신 철학자인 플루서가 브라질 상파울루와 프랑스 엑상프로방스에서 했던 강연과 강의 원고들을 묶은 책으로, ‘몸짓’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특유성, 세계 속에서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 존재에 대해 탐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글쓰기가 더 이상 노력을 기울일 만한 것이 아님을 안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것을 한다. 그 동기는, 그들 자신은 그렇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정보를 준다거나 집단적 기억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부조리하다” (p. 39)
“만들기의 몸짓은 타자를 위한 손의 열림으로 끝난다. 그러므로 결말의 시점에서 본다면, 만드는 몸짓 역시 타인에 대한 사랑의 몸짓이다.” (p. 70)
글쓰기라는 “단선적이고, 한심하게 일차원적인 몸짓”에서 출발한 저자의 탐구는 역사와 문화, 종교와 철학을 넘나들며, 우리는 결국 몸짓이란 우리 자신임을, 그것이 언제나 자유의 문제임을 깨닫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플루서가 이 글을 썼을 당시인 1990년대 초는 서구 문화를 지탱해온 가치관과 방법론이 더는 유효하지 않음이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면에서 드러나고 있던 때였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 새로운 몸짓을 일으켜야 했던 때로부터 근 30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여전히 매일 부조리함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우리의 몸짓도 변화 중입니다.
이번 ‘역자후기’ 에서는 몸짓을 해석하고 그를 통해 인간에 대해 사유하려고 했던 플루서의 시도가 오늘날 어떻게 유효할 것인지에 대해, 일찍이 플루서의 글에 영향 받은 미술가이자 이 책의 역자인 안규철 선생님의 시각을 통해 살펴보고 저자의 사유를 더 깊이 있게 들여다 보고자 합니다. 강연은 무료로 진행되며, 신청자 우선으로 입장 가능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저자소개- 빌렘 플루서 Vilém Flusser
1920년, 프라하 유대계 가문에서 태어난 빌렘 플루서는 철학자이자 저술가, 저널리스트이다. 1939년, 프라하 카렐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던 중 나치의 박해를 피해 런던으로 건너가 모든 가족을 강제수용소에서 잃은 그는 1941년 브라질 상파울루로 망명을 떠나 한동안 무역업에 종사했다. 1959년 상파울루 대학교에서 과학철학 강의를 시작, 1963년 같은 대학 커뮤니케이션 철학 교수로 임용, 1972년 브라질 군사 정부와 갈등을 빚은 그는 다시 유럽으로 망명을 떠나 독일과 프랑스에 살며 유럽과 미국 여러 대학에서 초빙 교수로 강의했다. 이후 프랑스 남부 호비옹에 정착해 왕성한 저술 및 강연 활동을 이어가던 그는 1991년, 강의를 위해 찾은 고향 프라하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저서로 『사진의 철학을 위하여 (2014)』, 『몸짓들: 현상학 시론 ( 2018)』, 『문자. 글쓰기에 미래는 있는가? (2015) 등이 있다.

역자소개 – 안규철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역자는 대학교수이자 미술가이다. 『계간미술』 에서 7년간 기자로 일했으며, 1980년대 중반 ‘현실과 발언’ 동인으로 활동했다. 프랑스 파리를 거쳐 슈투트가르트 국립 미술학교에서 수학하던 1992년, 첫 개인전을 열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1995년 귀국 이후 <>(1996), <> (1999), <>(2015), 등의 개인전을 비롯해 여러 국내외 기획전, 비엔날레에 참여하며 일상적 사물과 공간에 내재된 삶의 이면을 드러내는 작업을 발표해왔다. 저서로 『그 남자의 가방』, (2004), 『아홉 마리 금붕어와 먼 곳의 물』(2013), 『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2014)등이, 번역서로 『미켈란젤로』(2000), 『만 레이』(2003)등이 있다

강연자
안규철

일시
2018. 6. 29(금), 저녁 7시

장소
일민미술관 3층 강연실

문의
일민미술관 학예실
02-2020-2063
info@ilmi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