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139_ Look at your desire
Project 139_Look at your desire
2003.03.21.(Fri) ─ 2003.04.20.(Sun)

일민미술관은 젊은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우리 미술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담론을 제시하는 프로젝트 139 시리즈를 마련한다. 그 첫 번째 기획인 Look at your desire는 시각의 본질과 그로 인해 형성되는 욕망의 패러다임에 관한 네 작가들의 작업이다.

1.
그림은 인간의 개인적 감정과 경험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담고 있다. 이 전시에 소개되는 4명은, 이러한 회화의 기본적인 입장에서 개인의 실제적 감각에 의존한 다양성을 보여주는 작가들이다.
인간의 몸은 감각을 통해 바깥세계를 인지함으로써 지식을 형성하며, 또한 외부의 자극을 통해 욕망을 생성하고 이에 반응한다. 자신의 몸을 주요한 예술적 매개체로 이용하게 되는 작가는 이러한 욕망에 보다 적극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몸을 전제로 하여 그것을 바라보고 느끼고 표현하는 것, 이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의 작업에서 간과할 수 없는 한 특성이다. `그리기‘는 예술적 매체이기 이전에 자신의 신체를 이용하는 육체적 노동을 그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소비 전략에 노출되고 그것들이 강요하는 욕망에 사로잡히기 마련인, 즉 허구로 뒤덮여진 현대적 도시의 삶 속에서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작가는 욕망하는 신체를 이용하여 그 욕망의 패러다임에 맞서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처해 있다. 또한 도시의 복잡함과 산만함이 불러일으키는 감각의 변질은 작가의 시선을 변질시키며, 그 화면을 변질시킨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지는 네 작가들의 작업이 단순한 하나의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층위를 가지게 되는 이유도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2.
최소연과 박주욱은 인간의 시지각의 본성 및 그 매커니즘에 대한 해석을 보여준다. 한편 전상옥과 강영민은 시각적 이미지들로 인해 욕망이 조작되는 양상에 대한 개인의 반응을 작품의 주제로 삼고 있다.
최소연은 고정된 시각의 절대성 대신, 고정되어 있지 않으면서 불확실한 인간적 시선에 관심을 가진다. 캔버스의 양쪽에 그려져 있어 만날 수 없는 두 개의 이미지는 캔버스를 돌리는 관객의 손과 착시 현상을 가진 눈의 작용에 의해 만나게 된다. 이 두 개의 이미지는 때로는 만날 수 없는 연인이고 또 한편으로는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이다. 작가는 비록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불완전하지만 그것이 인간의 시선이기에 가진 최대한의 장점, 즉 사람들 사이의 심리적 간극을 메워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박주욱은 인간의 눈에 대하여 최소연이 보여주었던 긍정적 가치 판단을 부정하는 듯하다. 즉, 최소연이 인간적인 시선에 대한 가치를 신뢰하고 있는 반면, 박주욱은 오히려 `아무리 뚫어지게 보았다 한들 무엇을 보았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을 역설하며, 따라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정확히 볼 수 없으므로 그 존재를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의 네거티브 이미지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즉각적으로 보여지는 이미지에 대한 작가의 불신을 강조한다. 그에게 있어 부동의 이미지란 환상일 뿐이며, 그로 인해 형성되는 욕망 역시 공허할 따름이다.
한편 전상옥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바라본 이미지들을 채집하는 대신 대중 매체와 광고 속에서 보여지는 익숙한, 하지만 더욱 믿을 수 없는 이미지들에 주목한다. 그에게 광고의 이미지는 욕망의 원천이고, 작가 역시 공격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화려한 시선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 속에서 보여지는 화려함이 조작된 것임을 알고 있다. 이렇게 아는 것과 욕망하는 것 사이의 간극이 전상옥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갈등 구조이다. 얼핏 모사처럼 보이는 이 작품들이 내적으로 치열한 대립 구도를 가지게 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전상옥이 이미지가 던져주는 욕망과 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강영민은 대중 매체 속의 이미지들을 수많은 띠로 해체하고 다시 재조합 하는 과정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이들 이미지의 행간에 감추어진 욕망의 패러다임을 폭로하고자 한다. 우리는 그의 작업에서 TV의 주사선과 같이 여러 개의 띠 조합이 모여 하나의 이미지를 이루는 것을 보게 된다. 각각의 주사선, 즉 띠 사이로 보여지는 틈은 이미지 이면에 숨어있는 또 다른 진실을 암시하고자 하는 작가의 조형적 전략이다.

3.
이들이 작가로서 품고 있는 욕망이란, 예술이라는 가치 있는 대상으로 접근하려는 꿈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작가들 스스로가 자신의 예술적 욕망을 긍정하고 지속시킬 수 있는 힘을 주지 못하는 듯 하다. 그들은 이미지 생산의 구도에서 변방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충족되지 못하는 세속적 욕망들은 끊임없이 그들을 괴롭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명의 작가들은 무작위적인 이미지들 사이에 갇혀있는 진실을 찾고자 하며, 가상적 이미지들에 의해 조작되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들추어내고자 하는 노력을 그치지 않는다. 그들의 아름다운 시도가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일민미술관

참여작가
강영민, 박주욱, 전상옥, 최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