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정부수립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 뜻 깊은 해를 맞이하였지만 우리는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건국 이후 가장 어려운 경제난국의 시련과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 전환의 시대에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문화의 위대한 힘들 통해 국민의 희만과 용기를 북돋는 일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400년만의 귀향-일본 속에 꽃피운 심수관家 도예전>을 동아일보사와 일민미술관이 공동 주최하게 된 것을 참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전시회는 역대 심수관가沈壽官家의 대표적 도자기 140여 점과 14대에 걸쳐 전해 내려온 유품과 자료들을 국내 처음으로 소개하는 행사입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일본 도자기의 역사를 대변하는 사쓰마지방의 가마들은 임진란이 끝나가던 1598년에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도공들에 의해 개요開窯 되었습니다. 이후 조선 도공들은 사쓰마야키를 일본의 대표적인 도자기로 발전시키는데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특히 심수관沈壽官일가의 역대 도공들이 14대를 이어 오면서 한국인의 자긍심과 조선 도공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성을 고수해 왔다는 점은 한민족의 끈기와 위대한 정신을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올해가 조선 도공들이 일본으로 끌려간 지 400년이 되는 해이며, 올 가을 일본 가고시마현에서는 사쓰마야키의 번영과 역사를 기리는 <사쓰마야키 400년 축제>가 열리게 됩니다.
이 행사에 앞서 사쓰마야키의 본향本鄕이라 할 한국에서 沈壽官家 14대를 조명하는 <400년만의 귀향>展이 열린다는 것은 한•일 두 나라의 역사를 회고해 볼 때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다 할 것입니다.
이 전시회가 열릴 수 있도록 애써주신 호남대 이대순 총장님과, 임진란 당시 남원南原에서 이끌려간 심당길沈當吉을 기리는 전라북도 유지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며, 특히 협찬에 기꺼이 응해주진 SK최종현회장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무쪼록 이 전시회가 우리 국민들에게 조선 도공들의 위대한 정신과 沈壽官家의 예술혼을 되새기는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해마지 않습니다.
1998년 7월
동아일보사 회장 김병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