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YOU_속된, 그러나 성스러운
일민미술관이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중견 작가 문범강을 초청하여 ‘B.G.Muhn: I LOVE YOU’전을 엽니다. 문범강은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술을 시작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으며, 현재 워싱턴D.C.의 조지타운대에서 회화를 가르치면서 회화와 조각을 매체로 활동하는 작가입니다. 1984년 미국에서의 첫 개인전 이후 10년 동안 판화에만 몰두하던 그는 페인팅을 시작한 1994년 로젠퀴스트, 바스키아 등과 함께 ‘미국 미술의 오늘’전에 초청되어 주목을 박았으며, 엘리노어 하트니의 비평으로 <아트 인 아메리카>에 소개되는 등 세계 현대 미술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한국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벌어진 입과 혀, 인형 혹은 부다의 머리 등 그가 ‘순수한 의식’(Consciousness)을 상징하여 즐겨 사용하는 형태들은 시각적인 충격을 남기며 또 다른 세계의 존재를 암시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서구의 평론가들과 한국의 비평가들이 공통적으로 ‘그의 작품이 어느 세계에도 속해있지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상자에게 생생하고 분명한 의미를 전달하는데 성공했다’고 평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문범강이 근대 이후 인간이 보편적인 문제, 즉 실존적 존재로서 인간이 무엇인가를 묻고 있는 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그의 작품에서 사랑이란 인간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달콤하고 서글픈 덫’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현대적이고 심도 있는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색채, 치밀한 화면의 구성 등은 그의 낯선 이미지들에 매혹적인 인상을 부여합니다.
무엇보다 그의 작품은 예술에 대한 구애이며 미술이 단지 물감의 덩어리나 단순히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보다 정신적인 어떤 것, 진리가 스스로를 드러내는 방식과 관련된 것이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므로 이번 전시의 가장 큰 목적은 예술을 세계와 우리의 관계 안에 ‘존재하게’ 하여는 것입니다.
‘B.G.Muhn_ I LOVE YOU’는 작가가 5년 만에, 우리 나라에서는 두 번째로 갖는 개인전입니다. 일민미술관은 회화에서 조각으로 옮겨간 그의 새로운 도전을 처음 소개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전시를 위해 지치지 않는 열정과 진지함을 보여준 작가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일민미술관
참여작가
문범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