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139는 젊은 작가들의 다양하고 독창적인 작업을 지원하는 일민미술관의 정기 프로그램이다. 이번에는 9명의 작가들을 선정해, 그들에게 공동으로 전시의 주제와 개념을 정하고 작업하도록 기획했다. 9명의 작가들이 정한 전시 주제는 <사계청소 Clearing the Field of Fire, 射界淸掃)>다. ‘사계청소’란 군사용어로서, 군사지역 에서 시야를 확보하여 상대를 잘 관찰하고 효과적인 사격이 가능하도록 방해물을 제거하는 군사작전을 일컫는다.
군사개념에 따르면, 우리 모두를 코드(code)화 된 개인이나 단위부대라고 가정할 때, 그 개인들은 모두 자신의 섹터(sector)를 가지고 그 안에서 활동을 하며, 그러한 섹터들이 모인 어떠한 상황을 필드(field)라고 한다. 다만, 군 개념과 우리 미술계가 다른 점은 군 개념에서는 단위부대가 책임지는 섹터의 크기와 위치가 상급부대의 판단에 의해 정해지지만 미술계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미술계에서 개인의 섹터는 개인이 만드는 것이며, 그것의 크기나 성격, 특히 그 섹터의 위치는 전적으로 개인의 성향이나 능력에 의해 만들어지고 책임지게 된다. 즉, 섹터라는 것은 작가의 능력이나 성향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지고, 지금의 미술계 상황에서 어떤 성격의 섹터를 구축해 가고 있는가에 따라 그 작가의 성격이 결정지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막 자신의 섹터를 구축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이 자신이 구축해야 할 섹터의 위치나 성격을 결정하고 그 위치에 섹터를 구축하려 할 때 그들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무엇일까.
우선 자신이 만든 공간을 은폐, 엄폐한 후 자신의 시야를 방해하는 잔가지들을 제거해야 할 것이다. 자신은 상대를 잘 볼 수 있되 자신의 위치는 상대에게 드러나지 않도록 잔가지들을 잘 선별해 쳐내야 하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미술계에 있어서의 ‘사계청소(Clearing the Field of Fire, 射界淸掃)’이다.
사계청소를 잘못하면 자신의 섹터에 매몰되어 자신이 속한 필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자신의 섹터를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지 등을 판단하는 맵핑(mapping)을 할 수가 없다. 여기서 섹터, 필드라는 개념은 공간을 기본으로 하는 개념이고, 사계청소는 공간을 인지하기 위한 시각에 관한 개념이다. 물론 우리가 시각예술을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시각적 인지만이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작가로서 섹터를 구축하기 위한 첫 번째 행위로 사계청소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이 전시는 우리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계를 청소했고, 혹은 하고 있으며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보는 전시라 할 수 있겠다. 전시를 보는 입장에서, 또 만든 입장에서 작업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각자의 매뉴얼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작가 9인 공동
참여작가
옥정호, 이진준, 김지혜, 유희원, 장원석, 최재훈, 윤사비, 오수영, 김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