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은 언제나 장식이자 상징물이었다. 조각은 신이거나 신물(神物)스러운 것의 형상 혹은 숭배의 대상인 인간의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조각은 고귀함이나 마성(魔性)을 지닌 경배의 대상으로써 인간의 삶 주변을 장식하고 채우는 주술적 가치를 지닌다. 즉 인간을 위한 정신적 부적 같은 것이다. 오늘날에도 조각 작품을 만들어 어느 곳에 세우거나 채우거나 하는 일은 여전히 행해지고 있으나, 절대적 존재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과거와 달라졌다. 또한 조각은 환경과의 관계에서 조화(調和)라는 복병을 만나 정치적 상관물로 만들어져야만 하게 되었다. 조각과 환경과의 갈등은 조각이 환경에 대해 행사하는 반항 혹은 테러이기도 하다.
일민미술관은 심정수 조각전 을 마련하면서 동서고금을 막론한 조각의 이러한 역사적 기능이 조각가 심정수의 작업에서 어떻게 오늘날의 생활문제 속에서 해석되고, 계승되는지를 보고자 한다. 그의 작업은 조각의 기본가치와 언어에 매우 충실하면서도 생활공간과 조각이 관계 맺는 문화적 상황을 새롭게 변화해보려고 하는 것들이었다.
70년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그의 작업관과 작업은 오늘날 조각이 갖는 의미와 조각예술이 처한 시대적 과제를 엿보게 해주었고, 앞으로의 시대에 조각예술이 지닌 사회적, 문화적 비전에 대해 객관적 분석과 비평, 전망까지도 아울러 바라볼 수 있는 가장 첨예한 이론과 실천의 예술지평을 끌어안아온 것들이었다. 전시는 모두 세 부분으로 구성돼있는데, 전통의 현대화 작업으로서의 조각과 80년대의 리얼리즘적 조각작업, 그리고 이후에 나타나는 조각적 메타포와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조각의 의미언어를 구축해보자 하는 작업들이다.
조각가 심정수의 작품세계의 중요면모와 발전상을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우리 미술사와 미술계 현장의 저변에 흐르고 있는 예술의 기본적이며 대중적인 일상적 예술관에서 출발한다. 아울러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그간의 일민미술관의 기획들과도 연계되는 예술적 실천을 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김태령 / 일민미술관 디렉터
참여작가
심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