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골목 한 모퉁이에 자리한 닭 잡는 가게에서 파닥거리는 날개 짓 소리를 듣는 경험은 먼 추억 속의 일이 되어버렸다. 동네 방앗간 앞을 지나면서 맡았던 고소한 참기름 냄새도 이젠 자취를 감추었다. 대신 번듯한 슈퍼마켓에 가서 멋지게 포장된 상품을 선택하면 되는 환경으로 우리의 삶은 변화했다.
석탄을 캐는 광업이라든가, 묘목을 키우거나 물고기를 잡는 농어업이 우리 생활에 중요한 경제생산 기반이었음에도 이것을 딱히 산업이라 칭하지는 않았다. 생활의 한 방편이자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대화시기에 경제발전의 필요성이 점차 확대되면서 일련의 생산시스템이 기계화, 대량화되었으며, 이에 따라 일정한 공동체들이 모인 산업단지, 화학단지 등이 형성되고 산업의 가속화가 이루어졌다.
이를 흔히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이전이라 말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생산성 증가, 경제적 성취, 과학기술의 발전 등 많은 것을 얻었으나 한편으론 삶의 체취가 사라져가는 아쉬움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일민시각문화 2권 『새마을』이 건축물 중심의 근대생활이미지를 담았다면, 세 번째 일민시각문화 『工場』은 우리의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산업현장의 이미지들을 다루는 프로젝트이다. 이 작업은 내적인 의미만 담은 것이 아니라 미적인 가치를 지닌 산업풍경의 이미지들을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 급변하는 산업현장 속에서 삶의 흔적을 찾는 것, 이는 곧 우리 자신을 알아가는 또 하나의 길이기도 하다.
김태령 / 일민시각문화 편집위원회
참여작가
강상훈, 구성수, 백승철, 이정록, 장용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