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정 개인전 Wooden Heart
Sen Chung Solo Exhibition Wooden Heart
2008.03.14.(Fri) ─ 2008.04.20.(Sun)
Exhibition Hall 2

자서전이라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사회적으로 이름이 알려지거나 존경 받을 만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평범한 삶을 살았더라도 자신의 인생이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믿으며 이것을 표출하고 싶은 욕구를 망설임 없이 드러낸다. 그것이 딱히 자서전이 아닐지라도 사람들은 글로 시(詩)로 음표(音標)로, 또 행위로 춤사위로 자신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꼭 남이 알아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자신을 다시 알고자 한다.
그리는 행위도 나를 표현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굳이 거대한 담론이나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내용일 필요는 없다. 나의 하루, 나의 일상을 독백처럼 웅얼거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과 함께 내가 꿈꾸는 미래향이 한 화면에서 어울릴 수 있다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이를 공감하는 제3자가 있다면, 그리하여 이해 받을 수 있다면 고난스런 화가의 길이 외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샌 정은 무조건 그림이 좋아 그림만 그리는 사람이다. 그는 사적(私的)인 기록을 소재로 하여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타며 새로운 이미지로 형상화시킨다. 자신의 경험에서 시작된 대상은 화면 속에서 그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되기도 하고 때로는 상징성을 띠며 변화하기도 한다. 작가는 기록이라는 무형무채색에 형(形)과 색(色)을 입힘으로써 미지(未知)의 영역으로부터의 구원을 갈망한다.
멜랑콜리하고 로맨틱한 페인팅 경향이 보이는 그의 작품에는 유독 여성 이미지가 많이 나타난다. 작가는 여성 이미지를 자연이라는 개념과 대립되는 직감적이며 감정적으로 변화하는 사람의 존재를 상징한다고 말한다. 딱히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는 여성의 모습은 여자로 해석되기보다는 작가의 서정적이고 수동적인 감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매개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구체적이지 않으면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정제되지 않은 형상들은 작가가 되풀이해서 겪는 과정적인 번민을 의미한다.
사적인 기록을 시각화하는 샌 정의 작업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 곧 사회적인 것임을 알려준다. 다시 말해, 사회적인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깨닫게 해주고 있다. 거창한 구호가 따르지 않더라도 보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미술의 역할일 것이다.

김태령 / 일민미술관 디렉터

참여작가
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