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의 지평
The Scene of Criticism
2009.03.13.(Fri) ─ 2009.05.17.(Sun)

비평문화 돌아보기

미술계는 삼각형 구도로 이루어져있다고 말해진다. 삼각형의 세 꼭지점은 작가(작품), 화상(畵商,갤러리 또는 미술관), 그리고 비평가인데, 이 삼각형이 유기적 형태를 이루며 대중 속을 부유하거나 때론 정착하면서 훌륭한 작품, 위대한 예술가가 결정지어지곤 한다.

대중은 이 세 가지 구성 요소 중에서 작가 또는 작품(who or what)과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경로나 장소(when, how or where)라는 요소는 익숙하게 접하게 되지만, 작품이 의미하는 또는 이해되길 바라는 요소(why)는 쉽게 체득하지 못한다. 즉, 작가의 작품 활동과 생산에 있어서 주요한 지점을 지적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거나 시각문화 생산물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전달해 주는지를 알려주고 이끌어주는 비평가의 역할이 대중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시각문화 비평가들은 작가와 대중을 이어주는 브리지 역할의 수행자로서, 타인에 대해 서술하는 작업을 통해 자신의 의견, 성향,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전망들을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을 직접 드러내 놓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라는 매개체를 두고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비평가들의 작업이다. 여기서 우리는 궁금해 할 만하다. 이들이 어떠한 문화적 마인드와 배경을 지니고 경험하여 이 자리에 있는 것인지.

일민미술관은 2년 전, 6명의 작가들이 미술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성장배경, 미술교육에 대한 경험, 작가라는 삶에 대한 의지 등을 담아냈던 <딜레마의 뿔>전을 기획했었다. 그 연장 작업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 <비평의 지평>전은 시각문화 비평가들의 인생관, 문화관, 세계관 등을 드러내는 전시로, 강수미, 류병학 (1층 전시실), 고충환, 반이정, 장동광, 최금수, 서진석, 임근준(2층 전시실), 유진상, 심상용(3층 전시실) 등 현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10명의 비평가들이 참여한다.

일민미술관은 전시에 참여하는 비평가들에게 자신의 성장기 문화, 가치관, 개인사, 비평이나 전시기획 등의 활동부문, 현실과의 갈등을 토대로 가장 본인다운 자신의 문화, 곧 자기 자신을 주제이자 대상으로 표현하기를 제안했고, 이들은 각자의 전시공간에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미적 차원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이 전시가 시각문화 비평가들의 관점에서 보는 한국 문화사의 비가시화된 단면들을 살펴볼 수 있길, 아울러 비평문화에 대한 관심의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

김태령 / 일민미술관 디렉터

참여작가
강수미, 류병학, 고충환, 반이정, 장동광, 최금수, 서진석, 임근준, 유진상, 심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