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서 가깝다
일민미술관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시각적 특수성을 수집해 온 작업에 주목하며<이득영 사진전: 공원, 한강>전을 마련한다. 아울러 한국 시각문화연구를 위한 기초적 이미지자료집 ‘일민시각문화 7’을 발행한다.
이득영 작가는 2006년에 한강변의 69개의 간이매점들을 찍어 한 데 모은 ‘한강 프로젝트1’을 발표했고, 이어 25개의 한강 다리들을 헬기에서 내려다보며 찍은 ‘한강 프로젝트2’와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일대를 상공에서 조감한 ‘Teheran’작업을 선보였다. 2010년에는 김포부터 잠실까지 배를 타고 강의 북쪽과 남쪽을 긴 시선으로 담은 ‘두 얼굴’ 연작을 발표했다.
이번 일민미술관의 전시에는 ‘두 얼굴’의 밤 버전(night version)이 중심이 된다. 그의 작업들은 단편적인 기억에서 벗어나 좀더 높은 곳에서 좀더 먼 곳에서 좀더 넓은 시각으로, 그래서 마치 영화 속 카메라의 시선으로 풍경을 읽어 가듯이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이끌게 한다. 군집된 이미지들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 즉 시대적 아이콘을 조망하게 해준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작업은 에버랜드(과거 용인자연농원)를 찍은 ‘공원’연작이다. 애초에 작가는 인위적으로 조성한 공원들에 대해 낙원(paradise)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우리의 공원 역사는 어린이대공원, 용인자연농원, 서울공원을 거쳐 롯데월드, 올림픽공원, 일산호수공원, 월드컵공원, 선유도공원, 그리고 최근의 4대강 개발 등으로 진행되어 왔다. 공원의 변모하는 모습들이 우리 시대 상징에 대한 또 다른 접근이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헬기를 띄우는 허가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의 여건의 제약으로 이번 공원 작업은 에버랜드로만 만족해야 했다.
4차례 시도된 비행의 마지막 순간은 힘든 과정을 충분히 보상해 주는 듯하다. 2011년 10월 30일, 단풍이 한창인 에버랜드 전경은 영원(ever) 혹은 파라다이스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한다. ‘낙원’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한 송이 꽃 마냥 바로 닿을 듯한 내 손 안에 있다. 한강변의 거대한 다리나 빛나는 불빛도 멀리에 있지만, 그래서 가깝다.
이득영의 사진작업들은 장시간의 승선이나 난관의 비행, 좌표검색과 같은 데이터 분석에 의한 촬영, 연속성을 담아내기 위한 출력작업, 기타 허가문제나 비용 등 여의치 않은 과정을 거친다. 극복된 어려움은 시대의 모습을 폭넓은 시각으로 조감하며 미학적 기록으로 남겨져 익숙하지만 낯선 경험을 선사한다. 그리고 시각문화 연구자들에게는 활발한 담론의 이슈를 제공한다. 이는 곧 ‘일민시각문화’의 새로운 모색이기도 하다.
김태령 / 일민미술관 관장
참여작가
이득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