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it 2017, 서울» 연계 프로그램 1: 호상근 재현소 (아드리안 빌라 로야스, ‹트라이아스기의 레디메이드›)

예술작품이 ‘악보’, 내지는 ‘시나리오’처럼 제시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한 전시 «do it»의 2017년 서울 버전인 «do it 2017, 서울»에서 첫 번째 사전 연계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do it 2017, 서울»은 『do it 개요서』(2013년 ICI 발간)에 실린 250명의 작가 지시문 중 44명의 작가 지시문을 국내 작가들, do it 공모단, 관객과의 협업으로 재창조합니다. 다음 주 일주일간(4.10~16), 그 첫 번째 프로그램으로 아드리안 빌라 로야스(Adrián Villar Rojas)의 2012년 지시문 ‹트라이아스기의 레디메이드›를 호상근 작가가 새롭게 해석하여 수행할 예정입니다.

참여작가: 호상근
일시: 2017. 4. 10(월)~16(일), 2시 30분, 3시, 3시 30분 (7일간 매일 3회 진행)
장소: 일민미술관 3층 전시실

문의: 일민미술관 학예실
02-2020-2063
info@ilmin.org

아드리안 빌라 로야스
트라이아스기(紀)의 레디메디드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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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바보같은 선물을 하나 주려고 합니다. 바로, 나의 이메일, 포토로그(Fotolog), 플리커(Flickr), 마이스페이스(Myspace),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다른 계정의 비밀번호가 당신의 이름으로 시작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말레나(Malena)라는 단어로 시작할 비밀번호는 파일과 폴더, 그리고 디렉토리로 저장되어 신의 뜻에 따라 은하수와 행성 구석구석을 여행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수천 년 안에 인류가 멸종했을 때, 내 자신에게 부여했었고, 이제 당신에게 주는 당신의 이름은 그저 의미 없는 하나의 단어로 우주를 떠다닐 것입니다.
우리의 비밀번호들로 연애편지를 써 봅시다. 장담하건대, 이들은 타임캡슐이 될 것입니다

아드리안 빌라 로야스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SNS 계정 비밀번호가 개인적인 사연에서 유래한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태어난 날짜, 가장 좋아했던 장소 등을 조합해서 만드는 비밀번호는 남들이 볼 때는 암호와 같지만 개인에게는 특정한 기억과 시간, 장소를 의미할 것입니다.
‘호상근 재현소’를 운영하는 호상근 작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그림으로 재현해 냅니다. 이번 «do it 2017, 서울»에서 호상근 작가는 아드리안 빌라 로야스의 지시문을 활용해 일민미술관에서 ‘호상근 재현소’를 운영합니다. 다음 주 한 주간, 그리고 전시기간 중 7번, 일민미술관 3층 전시실에서 운영될 ‘호상근 재현소’에 방문하셔서 작가에게 사용하는 비밀번호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호상근 작가가 여러분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드립니다. 그 사연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do it 2017, 서울» 전시기간 동안 일민미술관 3층에 전시되며, 종료 후 참여자들께 선물로 드릴 예정입니다.

* 호상근 재현소 http://hosangun.tumblr.com
당신이 움직이며 본 것, 특이한 꿈을 꿨던 것들을 ‘호상근재현소’에서 3*5싸이즈 종이 위에 그려드립니다.
저는 당신에게 약간의 요구를 합니다. TV나 인터넷을 통해서 보는 것이 아닌 실제 세계에서 보았던 것, 적어도 여기까지 오며 보았던 풍경들 중 자신에게 생경하게 다가오는 사물이라든지, 사람이라든지, 건물이라든지… 여튼간 그런 본 것들을 ‘되도록’ 자세하게 설명해주세요. 감탄을 일으킬 정도로 잘 그리진 못하지만, ‘되도록’ 꼼꼼히 당신의 이야기를 그려서 편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우리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같은 SNS를 통해서 친구나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자기가 경험했던 것들을 이야기 합니다. 무엇이 맛있었고, 어떤 꿈을 꿨었고, 여행이나 어딘가로의 이동 중 특이한 상황, 어떤 특정 대상을 봤다는 등의 이야기를 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쉽게 볼 수 있고, 덕분에 나도 살아있다는 것을 힘들이지 않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들의 이야기들이 너무 가볍게 보이기도 합니다.
멀지 않은 과거, 손편지를 받던 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친구의 편지를 기다리는 설레임, 받았을 때의 환희, 조심스레 봉투를 뜯을 때, 편지를 빼낼 때의 소리, 글자 한자 한자에 담겨있는 친구의 감정이 섞여있는 이야기. 별 것 아닌 이야기도 이렇게 소중할 수 없었습니다.
당신과 나만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둘만의 소중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다시한 번 말씀드리지만 그려서 보내드리겠습니다. 편지를 받았을 때의 기쁨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어쨌든지 컴투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