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스크리닝 프로그램 <말하는 돌: 임영주>

일민미술관은 샤머니즘과 우주론적 세계관을 예술적 도구로 재발견하는 본 전시 《Fortune Telling: 운명상담소》와 연계하여 특별 스크리닝 프로그램 <말하는 돌: 임영주>를 선보인다.

임영주는 미신과 같은 종교적 경험을 언어, 미디어, 과학현실의 여러 징후들과 연결시키며 영상, 회화, 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초자연적 요소를 전유하고 해석한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특히 영상 작업에서는 초자연적 이미지들을 연결시키는 ‘엉뚱하지만 말이 되는’ 편집 방식과 명상이나 뉴스 같은 기성매체의 말하기 방식이나 영상 효과를 활용해 진짜와 가짜, 진지함과 유머 사이를 오간다. 일민미술관 3층 프로젝트룸에서 소개되는 특별 스크리닝은 임영주 작가의 비디오 작품 중 돌, 우주, 날씨 등 현상에 대한 관측과 예측에 대한 작품 5점을 선보이며, 이를 통해 근대 이후 미신으로 치부되며 열등하게 여겨져 온 믿음과 오늘날 또다른 맹목적 믿음을 낳는 과학과 합리적 사고에 대해 사유하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한다.

*상영작 (인터미션 포함 90분)
11:30 / 13:00 / 14:30 / 16:00 / 17:30 마다 순차적으로 상영됩니다.

<술술술 아파트 SUL SUL SUL Apartment>
Color, Single channel video, Stereo sound, 00:06:12, 2014

<돌과 요정 Rock and Fairy>
Color, Single channel video, Stereo sound, 00:45:30, 2016

<대체로 맑음 Generally Fair>
Color, Single channel video, Stereo sound, 00:07:30, 2017

<총총 STARRY STARRY>
Color, Single channel video, Stereo sound, 00:10:47, 2017

<극광반사 Aurora Reflection>
Color, Single channel video, Stereo sound, 00:12:47, 2018

작품 소개

<술술술 아파트>는 대구 명곡리의 한 아파트에 대한 취재기 형식을 띤다. 명곡리는 터가 여자의 자궁 모양을 닮아 음기가 강하다고 여겨졌고 자궁 속에 위치한 아파트에 거주하면 임신이 잘된다며 속칭 ‘여자 아파트’라고 불린다. 이러한 속(俗)설은 명곡리 이장, 부동산 중개인, 풍수지리 학자와의 대화 녹취록을 통해 구전(口傳)되며, 명곡리로 향하는 기찻길, 아파트 정중앙에 설치된 남근석 조형물, 자궁 모양의 아파트 위성사진 등의 영상으로 전개된다.

<돌과 요정>은 작가가 운석 탐사 동호회와 사금 채취 동호회의 탐사에 동행하여 그들의 여정과 말들을 기록해 ‘판타지 다큐멘터리’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작품 제목의 ‘요정’은 사금 채취 동호인들이 사금을 일컫는 말로, 동호인들끼리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은어나 별칭이 영상 전반에서 활용된다. 작가는 작은 돌멩이부터 거대한 촛대바위에 이르기까지 돌을 둘러싼 오래된 그리고 현존하는 미신을 쫓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며, 그들의 순진하고 진지한, 때로는 애틋한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대체로 맑음>에서 작가는 날씨를 가리키는 기상(氣象) 현상을 의도적으로 ‘에너지(氣)의 형상(象)’이라는 신비로운 의미로 읽는다. 한자의 본 뜻을 그대로 옮긴 것이지만, 아이러니하게 ‘대기 중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현상’이라는 과학적 사실에서 벗어나는 해석이 된다. 날씨 예보는 때로는 대체로 맑음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오늘의 운세를 확인하는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영상의 주를 이루는 나레이션은 2014년 4월 셋째 주 일기예보를 담담하게 읊으며 한 주간 겪게 될 상황을 예측하며 예보에서 발췌한 단어, 이미지, 시그널 뮤직들을 통해 그 한주로 인해 변화된 심리상태를 보여준다.

<총총>은 별빛이 빛나는 모습을 뜻하는 ‘총총’과 편지의 맺음말인 ‘총총(悤悤)’ 두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작품이다. 영상은 1977년 나사(NASA)의 우주탐사선 보이저호에 함께 실은 골든레코드에 수록된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 인사로 시작한다.  이것이 ‘일종의 신호’라고 말하는데, 이윽고 우주선의 리엔트리 장면과 모스부호 사운드, 우주쓰레기 등의 이미지가 조합되며 우주를 향해 지구가 보냈던 여러 신호를 산발적으로 보여준다. 영상 중간에 흘러나오는 명상을 유도하는 지시문(‘눈은 코를, 코는 입을, 입은 배꼽을 봅니다’, ‘다시’로 이어지는 음성)과 끊임없이 탐사선을 보내고 시선을 이동시키는 장면들을 함께 보여주며 우주 이미지로 천천히 빠져드는 것을 유도한다.

<극광반사>는 촛대바위에서 시작해 지구 대기와 먼 우주의 풍경을 전개하고 종국에는 알 수 없는 형상의 초록 빛 에너지체의 이미지를 담아낸다. 영상 초반에 나타나는 문장과(“당신 / 당신 손가락 사이 / 당신 귀 뒤 / 당신 발에 있을 / 어디든”) 이후 이어지는 우주 이미지와 명상적인 사운드는 스크리닝에서 소개하는 다른 영상 작품과 비교하여 대상과 이야기의 모호함이 두드러지며, 정신적 세계로의 신비한 통로를 열 듯 관람객을 자유로운 명상으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