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 시리즈 2: 집단 창작자로서의 예술가 Artist As Collective Creator
2014.09.22.(Mon)
Exhibition Hall 3

AA 소개
동시대 미술계에서 예술가들의 역할과 작업의 방향은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인류학자와 같은 호기심을 가지고 사회문화를 탐구하는 예술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리서치를 행하며 지식을 생산해 내는 예술가, 사회의 소수자들과 연대하여 예술로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예술가, 순수한 조형미를 탐구하며 미적 정치성을 실천하는 예술가, 새로운 매체를 발견하고 개발하는 예술가 등, 예술가들이 자리매김하는 지점은 점점 확산되고 있다. 일민미술관 2014년 프로그램 AA(Artist As)는 이처럼 다양한 활동 영역을 보여주는 예술가들을 초대해 작업의 실천방식과 가치관에 대해 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집단의 창작성
일민미술관 AA 시리즈의 두 번째 주제는 ‘집단 창작자로서의 예술가’이다. 동시대 미술에서 협업은 매우 중요하고 흔한 창작의 방식이지만, 사실 이는 동시대 미술만의 방법은 아니다. 르네상스시대부터 성당이나 궁정 같은 하나의 종합 예술을 위해 건축가, 화가, 조각가, 조경가 등이 협업했던 일들이 종종 있었고, 루벤스와 브뤼겔, 반 아이크 형제의 경우 공동으로 회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런데 1920년경 초현실주의 그룹과 다다 미술가들이 새로운 작업방식으로서 공동작업을 택한 의도는 선례와는 큰 차이가 있다. 먼 과거의 공동작업이 추구했던 것이 하나의 종합예술을 더 아름답고 완벽하게 완성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가까운 과거의 공동작업은 ‘공동’이라는 이름 아래 자신을 숨김으로써 작품에서 저자성 개념에 혼란을 일으키거나, 서로 다른 의도와 생각을 가진 미술가들이 작품을 제작하는 데 사전 협의 없이 개입하여 자꾸만 의도와 표현을 비틂으로써 낯선 효과를 불러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동시대 미술에서 집단 창작을 하는 아티스트 콜렉티브들은 과거의 시도들과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그 형식적인 변주는 콜렉티브의 개수만큼이나 다양하기 때문에 논할 수 없지만, 이들의 수행 방식은 ‘공동’ 보다는 ‘집단’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며, 모이는 모습이 ‘연대’에 가깝다는 대략적인 공통점이 있다. 즉, 동시대의 집단 창작은 예술, 사회, 정치에 대한 관점이나 미감을 공유하는 작가들이 연대하여 보여주는 예술적 실천들이 눈에 띤다. 과거에도 이런 관점들을 공유하는 예술가 그룹은 많이 있었지만, 현실 인식과 정치적 행동은 함께 할 지언정 창작에 있어서는 개별적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오늘날의 아티스트 콜렉티브들은 이 공유한 관점을 작업이나 집단적 수행을 통해 보여주며,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작업과 콜렉티브로서 진행하는 작업이 구분되어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작가소개
시각 예술가인 안나 드 마닌코르는 개인 작업과 동시에 2000년부터 아티스트 콜렉티브 짐머프라이ZimmerFrei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강연에서 마닌코르는 개인적으로 수행해 온 대표적인 프로젝트들과, 다큐멘터리 콜렉티브 ‘짐머프라이’의 멤버로서 진행해 온 작업들을 소개한다. 예술적 실천의 주체로서 개인과 집단의 차이점과 장단점, 짐머프라이의 활동이 멤버들의 개인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반대로 멤버들의 개별 작업세계가 콜렉티브로서의 실천방식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 할 예정이다. 짐머프라이의 다큐멘터리 영화 ‹어렴풋이 섬광이›는 이번 DMZ 다큐멘터리 영화제의 경쟁부문 상영작이다. 이 영화는 공공 영역의 예술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페스티벌 인시투In Situ의 일환으로 지난 3년동안 짐머프라이가 제작해 온 다큐멘터리 필름 연작 ‹일시적 도시들Temporary Cities›의 일부이다. 작은 구역들과 소규모 커뮤니티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변화하는 도시의 초상을 담고 있는 이 영화는 도시개발과 그에 따른 사회문화적 변화들을 특별한 시선으로 응시한다.

짐머프라이는 마시모 카로치, 안나 드 마닌코르, 안나 리스폴리 세 명의 아티스트들로 이루어진 아티스트 콜렉티브로, 2000년에 결성된 이래 볼로냐와 브뤼셀을 기반으로 활동해왔다. 짐머프라이의 예술적 실천은 영화와 연극, 음악과 퍼포먼스가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한다. 짐머프라이는 만화경과도 같은 현실적이고 상상적인 도시환경들을 탐구하는 청각적, 시각적 작업들을 형식 언어와 혼합시키곤 한다. 그 환경이란 정신적이고 물리적 차원들이 인간의 경험이라는 일관된 내러티브 속에 혼합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일시
2014. 9 . 22(월) 오후 5시

장소
일민미술관 3전시실

강연자
안나 드 마닌코르 Anna de Maninc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