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민시각문화 7을 발간하며
멀어서 가깝다
일민문화재단은 여섯 권의 ‘일민시각문화’를 발간함으로써 한국 시각문화연구를 위한 기초적 이미지자료들을 수집해 왔습니다. 이번 7번째 ‘일민시각문화’는 이득영 사진전을 기획하면서 발행했는데, 이제까지 시각총서를 발행해 오던 방식과는 다르게 진행했습니다. 2~6권은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5~11명의 사진작가들을 선정하여 8개월의 리서치와 사진작업 후 총서발간을 겸해 전시가 이루어졌습니다. 반면, 이번 7번째 작업은 한 작가의 작품세계로부터 아카이브적인 요소를 부각하며 전시를 만들었고, 작업 이미지들로부터 추출할 수 있는 다양한 시각을 담은 연구자들의 글을 더해 책을 발행했습니다. 이득영 작가는 2006년에 한강변의 69개의 간이매점들을 찍어 한 데 모은 ‘한강 프로젝트1’을 발표했고, 이어 25개의 한강 다리들을 헬기에서 내려다보며 찍은 ‘한강 프로젝트2’와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일대를 상공에서 조감한 ‘Teheran’ 작업을 선보였습니다. 2010년에는 김포부터 잠실까지 배를 타고 강의 북쪽과 남쪽을 긴 시선으로 담은 ‘두 얼굴’ 연작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일민미술관의 전시에는 ‘두 얼굴’의 밤 버전(night version)이 중심이 됩니다. 그의 작업들은 단편적인 기억에서 벗어나 좀 더 높은 곳에서 좀 더 먼 곳에서 좀 더 넓은 시각으로, 그래서 마치 영화 속 카메라의 시선으로 풍경을 읽어 가듯이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이끌게 합니다. 군집된 이미지들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 즉 시대적 아이콘을 조망하게 해줍니다. 이번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작업은 에버랜드(과거 용인자연농원)를 찍은 ‘공원’ 연작입니다. 본래 작가는 인위적으로 조성한 공원들에 대해 낙원(paradise)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고자 했습니다. 우리의 공원 역사는 어린이대공원, 용인자연농원, 서울공원을 거쳐 롯데월드, 올림픽공원, 일산호수공원, 월드컵공원, 선유도공원, 그리고 최근의 4대강 개발 등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공원의 변모하는 모습들이 우리시대 상징에 대한 또 다른 접근이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헬기를 띄우는 허가 문제를 비롯해 여러가지 여건의 제약으로 이번 공원 작업은 에버랜드로만 만족해야 했습니다. 4차례 시도된 비행의 마지막 순간은힘든 과정을 충분히 보상해 주는 듯합니다. 2011년 10월 30일, 단풍이 한창인 에버랜드 전경은 영원(ever) 혹은 파라다이스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합니다. ‘낙원’이 보이는 않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한 송이 꽃 마냥 바로 닿을 듯 내 손 안에 있다는 믿음을 알려주는 듯합니다. 한강변의 거대한 다리나 빛나는 불빛도 멀리에 있지만, 그래서 가깝습니다.
이득영의 사진작업들은 장시간의 승선이나 난관의 비행, 좌표검색과 같은 데이터 분석에 의한 촬영, 연속성을 담아내기 위한 출력작업, 기타 허가문제나 비용 등 여의치 않은 과정을 거칩니다. 극복된 어려움은 시대의 모습을 폭넓은 시각으로 조감하며 미학적 기록으로 남겨져 익숙하지만 낯선 경험을 선사합니다. 그리고 시각문화 연구자들에게는 활발한 담론의 이슈를 제공합니다. 이는 곧 ‘일민시각문화’의 새로운 모색이기도 합니다.
2013년 4월
김태령 / 일민문화재단 일민미술관 관장
Ilmin Visual Culture 7
The Park, The River, Lee Duegyoung
Bae Minkee, Bahk Jae Hyun, Lim Geun-jun,
Jeon Hyeon-woo, Kim Hyungjae, Lee Jinn,
Lee Young June, Yoon Wonhwa
First Printed. March 18, 2013
First Published. April 1, 2013
Publication: Ilmin Cultural Foundation
Editing: Park Haecheon
Graphic Design: Sulki & Min
Printing: Top Process
ISSN 2005-9590